혐오와 차별 속에서 역사를 쓴 이들이 있었다 [여여한 독서] 김이경(작가) 책은 좋아하지만 소장에는 별 뜻이 없다. 5년, 10년에 한 번씩 책을 솎아낸다. 사인북도 예외는 아니다. 딱 한 권만 빼고. 읽지도 않은, 아니 읽지도 못하는 책을 오로지 작가 서명 때문에 간직하고 있다. 유미리의 〈골드러시〉 일본어판이다. 면지 가득 붓으로 이름을 썼는데, 서예나 필적학엔 조예가 없지만 글씨를 보는 순간 유미리라는 작가의 단단한 투지, 열렬한 내면이 느껴졌다. 나중에 〈골드러시〉 번역본을 읽고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순 없다. 그의 문장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차갑고 너무 뜨겁 일본 사회에 던진 ‘폭탄의 의미’ 임지영 기자 1974년 8월30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서 폭탄이 터졌다. 8명이 사망하고 37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 달 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무장전선)’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나왔다. ‘미쓰비시는 옛 식민주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핵심으로 기능했으며 장사라는 탈을 쓰고 시체를 뜯어먹는 기업이다. 이번 작전은 미쓰비시를 두목으로 하는 일제 침략기업, 식민자에 대한 공격이다.’전후 3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패전 후 일본은 피해자의 자리에 섰다. 가해국이라는 자각이 없던 시기, 처음으로 식민지 책임을 묻는 목 “교육제도는 유죄, 아이들은 무죄” 장일호 기자 1쇄도 다 털기 힘들 만큼 불황인 출판계에도 ‘블록버스터’가 나왔다. 조정래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풀꽃도 꽃이다 1·2〉(해냄)가 출간 2주 만에 26만 부를 찍었다. 사흘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어떻게 보면 슬픈 1위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반영하듯,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도 열풍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독자들은 왜 교 왜 이제 나왔냐고 물으신다면…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부모에게 문자와 동영상을 보냈다. “해경이 온다. 해경이 왔다.” 어린 학생들은 해경으로 상징되는 ‘국가’가 달려왔으니 금방이라도 구조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다.〈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은 세월호 사건 이후 2년이 지나는 시점에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사회를 두고 천착해 경제위기에도 국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지난해 11월7일은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다. 4월16일 세월호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허망하게 가라앉은 후, 1년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결코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 메르스 사태는 또 한번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의구심을 불러왔다.국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국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잠적했다가 아우성이 수그러들 때면 ‘국가 대개조’나 ‘혁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가 수행한 일이라곤 결국 국가의 해체였 국가는 국민이 ‘졸’로 보입니까?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전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세월호 사고 직후 한 유가족이 이런 얘기를 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이런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문제가 일단락되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다고. 그 얘기를 들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진정 제대로 된 국가 구실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 8년간 제주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펼치는 동안 많은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경찰에 붙들려가 벌금을 내고 옥살이도 했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았다. 영화 〈카트〉에서도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결국에는 경찰과 용역에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커피 타주는 세상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부모 교육 강좌인 ‘2014 등대지기 학교’가 5부 능선을 넘어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모의 역할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 강좌는 이제 국가와 정부의 구실을 묻는 장으로 넘어갔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먼저 던진 이는 참여정부 시절 교육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전성은 선생이다. 10월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침몰하는 발전국가의 ‘신화’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이었다.” 얼마 전 연세대 교수들이 채택한 시국선언문의 한 대목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5월30일 현재 172명이 구조되고, 288명이 사망, 16명이 실종되었다. 국가는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혀 공포와 절망 속에 절규하던 꽃다운 젊은이들의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다. 예견된 재앙의 예방도, 효과적이고 입체감 있는 구조 활동도, 유족들에 대한 사후관리조차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이 우왕좌왕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만이 국민들 뇌리에 청춘 담론은 아직 현재진행형 박하영 (알라딘 도서1팀장) 2011년 알라딘 독자들이 선택한 올해의 책은 ‘나는 꼼수다’(나꼼수)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였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2년 연속 사회과학책이 1위를 차지한 셈인데(2009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음), 해당 분야의 매출 비중이 소설이나 어린이 책에 비해 작다는 점을 감안 은근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라니… 장정일 (소설가) 자서전은 성공한 사람들의 기념비다. 시나 소설 따위는 원래 무명 상태에서 쓰기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 장르는 자기 분야에서 뚜렷한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도서출판 텍스트, 2011년)와 〈운동권 셀레브리티〉(도서출판 텍스트, 2011년)는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성공이나 유명도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자서전이다. 두 사람의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텍스트는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라는 명칭 아래 이미 열아홉 권이나 되는 보통 사람의 자서전을 냈는데, 필자들은 모두 2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시사IN 편집국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파울 트룸머 지음/김세나 옮김/더난출판 펴냄인스턴트 음식 포장지에 적혀 있는 식품 첨가물 목록을 보며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이 음식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오스트리아의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피로와 허기에 지친 어느 날, ‘나쁜 음식’인 줄 알면서도 냉동 피자를 데워 먹다가 이 같은 질문과 마주쳤다. 그는 답을 얻기 위해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냉동 피자에 들어가는 밀가루·토마토·살라미 등 식자재와 첨가물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 미국에서는 거대 곡물 거래업체 ‘진실 피로증’ 날릴 탐사보도 해달라 이종태 기자 제7기 독자위원회의 2차 리뷰 회의가 3월21일 저녁 〈시사IN〉 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사IN〉 제180호부터 제183호까지 살폈고, 이인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홍보위원), 최용범(대학생), 구혜림(취업준비생), 김다은(회사원), 송지혜(대학원생) 독자위원이 참석했다. 기사 깔끔하지만, 탐사보도 적어 ‘심심’ 김다은(제7기 독자위원) 〈시사IN〉은 신년 이후 대담 시리즈를 낼 때마다 인물들을 표지 사진으로 썼다. 종종 웃음 띤 유력 인물 두 명을 세운 표지를 보면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자칫, 고민 없이 쓰인 사진처럼 보이지 않을까.이번 커버스토리 ‘국가란 무엇인가’는 박명림·유시민의 토론을 담았다. 그런데 왜 새삼 국가가 화두일까? 내버려두기엔 너무 위험한 물건 김은남 편집국장 쌍용차 소식을 들은 건 간만에 만난 선배와 한창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급작스럽게 생계를 떠맡은 선배는 올해 딸아이가 대학에 입학해 걱정이 많았다. 성적이 우수해서 장학금을 받게 됐다고 안심했는데, 알고 보니 면제되는 금액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더라고 했다. 시사IN 제182호 - 국가란 무엇인가 시사IN 편집국 [커버스토리]"진보 대통합, 국가관부터 통일해라” 국가가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떠오르고 있다. 유시민 원장과 〈다음 국가를 말한다〉 공동 저자 박명림 교수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국가의 역할, 그리고 진보·개혁 진영의 국가관에 대해 담론을 펼쳤다 국가와 국민을 ‘해체’하다 이현우 (도서평론가) “어느 나라 국민이냐?”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다른 의견서를 유엔에 제출하자 정운찬 총리가 내뱉은 말이다. 매섭기로는 매카시즘의 언어 못지않다. “어느 나라 정부냐?”라는 물음을 되돌려주면서 동시에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무엇이 국가이고 무엇이 주권인가. 사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 이현우 (도서평론가)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이것은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을 모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가 던지는 화두다. 민주주의의 안부에 대한 관심은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이후에 줄곧 제기돼온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거칠 것 없는 ‘역주행&r 더보기